[여의도풍향계] 선거 끝나면 존재감 흐릿…갈림길 선 청년 정치

[여의도풍향계] 선거 끝나면 존재감 흐릿…갈림길 선 청년 정치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여의도 청년 정치가 기로에 섰습니다.<br /><br />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그 중심에 있는데요.<br /><br />두 사람 각각에 대한 긍정·부정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청년 정치의 명암이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.<br /><br />최지숙 기자가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오늘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로 문을 열어볼까 합니다.<br /><br />평생의 정치적 동지이자 맞수였던 김영삼, 김대중 전 대통령인데요.<br /><br />두 거목의 공통점 중 하나는 청년 정치의 '원조'격 인물이라는 것입니다.<br /><br />영화 '킹메이커'에서 다루기도 했는데 김영삼,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0년 신민당에서 '40대 기수론'을 들고나왔습니다.<br /><br />한국 정치사에서 처음, 세대교체 돌풍이 일어난 것입니다.<br /><br />두 사람은 각각 20대와 30대 후반의 나이에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한 뒤,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며 대권을 바라봤습니다.<br /><br />기성 정치인들에게 '젖비린내 난다'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, 냉소를 이겨내고 한국 정치판을 뒤흔들었습니다.<br /><br />다시 지금의 여의도로 돌아와보겠습니다.<br /><br />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청년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근래 정치권에선 청년 정치인의 성장을 지켜볼 일은 외려 드물어졌습니다.<br /><br />이준석과 박지현, 속살이 다른 두 사람이지만 이들의 공통점도 바로 20대에 정계에 입문한 청년 정치인이라는 것입니다.<br /><br />지난 선거 기간, 여야 간판으로 떠올랐지만 이들의 현재 상황은 '풍전등화'나 '토사구팽'에 비유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른바 '박근혜 키즈'로 2011년 여의도에 등장한 뒤, 10년 만에 당 대표 자리에 올랐습니다.<br /><br />당 대변인을 토론 배틀로 선발하는가 하면, 공직 후보자 기초자격평가를 처음 실시하는 등 기성 정치와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.<br /><br /> "대한민국 공직을 지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에 걸맞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제도화하고 앞으로도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."<br /><br />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혜성처럼 등장해 단숨에 지도부 타이틀을 달았습니다.<br /><br />박 전 위원장은 'n번방' 사건을 공론화한 활동가로 대선을 앞둔 지난 1월,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했는데요.<br /><br />그로부터 두 달 만에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자리에 올라 주목받았습니다.<br /><br />젊은 여성 정치인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, 기성 정치를 향한 거침 없는 쓴소리와 새로운 메시지로 변화를 이끌고자 했습니다.<br /><br /> "힘든 시기에 내부를 공격한다는 비판도 들었지만, 상식에 부합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."<br /><br />그런데 거대 양당의 얼굴로 부각됐던 두 사람은 선거가 끝나자 나란히 장외로 밀려났습니다.<br /><br />이 대표의 경우 우선 성 상납과 증거인멸 교사 의혹이 발목을 잡았는데요.<br /><br />여기에 당내 갈등과 분란을 자초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는데, '친윤' 그룹과의 갈등이 한몫을 했습니다.<br /><br />당 윤리위원회는 이 대표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 결정을 내렸고<br /><br /> "그렇게 기다렸던 소명의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이렇게 무겁고 허탈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."<br /><br />결과를 수용하라는 압박이 이어졌습니다.<br /><br />이 대표는 최근 전국을 돌며 젊은 당원들을 만나는 한편, SNS로 당원 모집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.<br /><br />밖으로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, 안으로는 조기 전당대회 주장이 나오면서 이 대표가 다시 당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.<br /><br />박 전 위원장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.<br /><br />박 전 위원장은 지방선거 전 '586' 정치인들의 용퇴를 거론하며 당내 비판에 직면했고, 이후 잇단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.<br /><br />한 달간 잠행을 이어가다가 전당대회 출마로 재기를 노렸지만<br /><br /> "민주당은 위선과 '내로남불'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당을 망친 강성 팬덤과 작별할 준비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. 달라져야 합니다."<br /><br />'피선거권이 없다'며 당에서 출마를 거부당한 상태입니다.<br /><br />청년 정치인들이 쉽게 뜨고 지는 현상의 원인을 당사자에게서 찾는 의견도 있습니다.<br /><br />정치적 미숙함이나 부적절한 처신, 개인적 의혹 등 개개인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죠.<br /><br />나이만 젊을 뿐, 일부 청년 정치인은 기성 정치인의 언행을 답습하며 권력에만 천착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.<br /><br />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우리 정치가 이들을 쓰고 버리는 소모품처럼 여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.<br /><br />기성 정치의 벽은 아직 두껍습니다.<br /><br />높은 평균 연령에 연공서열이 중시되는 정치권에서 나이도 어리고 세력도 없는 청년 정치인이 살아남기란 그리 쉽지 않아 보입니다.<br /><br />그럼에도 도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국민의힘에선 90년대생 최고위원과 대변인 등이 용기있는 쓴소리를 내고 있고<br /><br /> "우리를 향한 비판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, 전 정권 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합니다."<br /><br />민주당 전당대회에는 당 혁신을 외치는 청년 정치인들의 최고위원 출사표가 이어졌습니다.<br /><br /> "기필코 누군가 나서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혁신의 길을 종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."<br /><br />현대사의 고비마다 성장을 이끌었던 주역은 이처럼 변화를 향해 달려가는 청년 세대였습니다.<br /><br />하지만 아직 정치권에는 이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시스템도 이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도 부족해보입니다.<br /><br />새로운 시대에 답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새로운 의제와 담론입니다.<br /><br />돈이 없어도 소위 '부모 찬스'가 없어도 나아갈 준비가 된 청년들에게 그 담론의 토양을 만들어주는 일이 진정한 정치 혁신의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.<br /><br />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.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